집 앞 마른 개천에서 구조한 아깽이 형제들

만학도의 일상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해리네 2021. 11. 23. 07:02

우스갯소리처럼 간호과 1학년은 고등학교 4학년이라고들 한다. 계속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2학년인 나는 졸업까지 까마득하게 먼 날들이 남아있다. 아직은 과제도 시험도 숨을 못 쉴 정도라거나 게으름을 부리지 않는다면 쌓여서 다른 무엇도 돌아볼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미리 걱정을 하는 것은 숨 쉴 틈도 없다는 고 6으로의 진급을 앞두고 있고, 그 시간이 어떤 식으로 펼쳐지게 될지 대충 알고 있기에 오히려 더욱 겁을 먹게 되는 것이다.

3학년이 되면 그야말로 교내외의 실습을 병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실습으로 인해 채우지 못하는 수업 시수를 맞추기 위해 소위 2 배수 수업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즉, 2시간 수업을 4시간으로 몰아서 하면서 과제는 과제대로 쌓이고, 수시로 모의고사와 단어 테스트가 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1달 사이에 해 치우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뿐인가!!! 그 와중에 논문도 남아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르바이트는커녕 숨을 쉴 틈도 있을까 말까 하는 시기가 오고 있는데 알고 있으면서도 도대체 마음의 각오는 서지 않고 오락가락이다. 이래서야 단단하게 정신을 붙잡고 남은 2년을 잘 넘길 수 있을지...... 미리부터 겁이 나서 움츠려 드는 내가 보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잘할 수 있겠지? 언제나 완벽하게 해 낸 것은 아니지만 도망은 가지 않았던 지난날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마음을 단련하고 있다. 만약 그만두게 된다고 해도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요즘 내가 이렇게 긴장하고 전에 없이 더 마음을 잘 잡으려고 하는 것은 내가 하고 싶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생활의 안정을 외면할 수 없는 가장으로서, 이제 쉽게 그만두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 중년이 된 나는 지금 새롭게 나를 깨우고 행복하게 만드는 꿈이라고 하더라도 무턱대고 덤벼들어 그것에만 몰입할 수가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충실해지고 머릿속에는 그 일 생각뿐이지만 가계는 유지되어야만 하기에 모든 것을 접고 일단 이것에만 뛰어들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공부를 유지해야 하나, 아니면 고생을 각오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에 몰두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된 것은 뒤늦게 하고 있는 꿈을 실제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이라고 해도 혼자서 여기저기 이것저것 쓰고 있는 상황이고, 뭔가를 이루어 내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하나하나 세워둔 상태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가슴속에 깊이 묻어둔 채로 다시 꺼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만약 끝내 외면하지 못하여 실행하게 된다고 해도 생활이 안정된 후에나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작스럽게도 꿈이 실체를 가진 듯 자신의 존재를 끝없이 내게 일깨우며 마치 재촉당하는 사람처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욕심이 커져간다. 아무것도 안 하고 무의미하고 무미건조하게 매일을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다가도 불현듯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계획이나 조급함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는 일상이다. 그저 막연한 꿈이고 꿈은 꿈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내가 이제 와서 좀처럼 놓지 못하고 내일의 과제를 앞두고도 자판에서 나오는 것은 이렇듯 내 꿈에 대한 습작의 글들인 것이다. 지금 현재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율도 현실도 한쪽으로 내려놓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한 발자국씩 나아가면 되는 것인지 아직도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우선은 섣부른 나의 결정으로 더 이상 젊지도 건강하지도 않은 나와 5 고양이 모두의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혹시 지금 내가 공부를 하기 싫어졌거나, 혹은 너무 답답한 현실과 갈수록 어려워지는 학업에 자신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 더해 낯선 동기들과의 인간관계에 미리 지쳐 자신감을 잃고, 지겨워져서 도피처로써 이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만약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게 되면, 또  다른 꿈이자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인 학교를 세우고, 내가 할 수 있는 기술(?)로 자원봉사를 하며 살고 싶다는 계획을 시작도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과 그렇게 되면 나 자신에게도, 나의 작은 꼬마 아가씨에게도 왠지 떳떳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지레 겁이 나기 때문이다. 결국 아직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말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최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시선으로 나의 계획을 수정, 변경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우선은 진정으로 솔직한 나의 마음을 확인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 될 것 같다. 그 후에는 맞춤 맞은 길을 따라서 가야 하기에 공들여서 하고 싶은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