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마른 개천에서 구조한 아깽이 형제들

집사의 일상 9

잠에 빠진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집사의 마음이란......

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인적은 적은 산에 둘러싸여 자랐다. 그 와중에 집에는 해바라기와 여러 작물들을 키우는 동시에 동물도 꽤 많이 키웠는데 개는 대형 견종 열 마리 정도를 키웠고, 토끼와 염소, 돼지와 오리, 큰 닭장을 만들어 수십 마리의 닭들도 함께 키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산에 둘러싸인 집은 도시임에도 아스팔트는 거의 볼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몇 종의 개미와 지렁이를 비롯해서 지네와 땅강아지들도 흔하게 보며 자랄 수 있었다. 그렇게 자란 덕분인지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벌레 몇 종을 제외하고는 딱히 벌레를 포함한 동식물들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함께 살고 싶었던 동물은 개였는데 실제로 독립 후에 자리를 잡아간 직후부터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었다...

집사의 일상 2022.09.21

크리스마스 캐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12월 하면 크리스마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이어서 자연스럽게 캐럴을 흥얼거리게 된다. 어려서부터 캐럴의 가사를 따라 부르면서도 늘 궁금한 것이 있었다. 제목은 모르지만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캐럴 중에 「울면 안대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 」라는 캐럴이 있다. 늘 궁금했지만 누구도 순수한 의문을 순수하게 받아들여 대답해 준 사람은 없었다. 질문은 왜 울면 안 되지? 우는 것은 잘못인가?라는 것이다. 간혹 유난히 애어른 같은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반응은 보통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거나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았다. 뭔가 다른 사연이라도 알고 있지만 자신은 어떻게 해 줄 수 없다는 듯이. 회사 동료 중 한 명은 자신의 아이가 별 ..

집사의 일상 2021.12.12

묘생 최초 캣닢 장난감을 본 진이 평소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초흥분모드입니다@@

청소를 할 때마다 거의 매일 새로운 유치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다지 잘 챙겨주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도 아깽이들은 알아서 자라고 있나 봅니다. 누나들에게 쫓겨다니고 가끔 억울하게 혼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도 있는 것 같지만 아깽이 형제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열심히 놀고 열심히 먹고 누나들에게 냥 펀치를 맞고 귀를 물려 납작하게 찌부러지면서도 열심히 쫓아다니며 귀찮게 하는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것이 이제 성묘가 다 되어가는 탓에 집 안 곳곳에 마킹을 하는 등의 모습이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게 벌써 중성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까지 와 버렸습니다. 임시보호라고 스스로 세뇌하는 중이지만 어디서도 연락은 없는 현실 앞에 아깽이들을 내보내려니 차마..

집사의 일상 2021.12.12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로 격한 사냥 놀이를 즐긴 고양이들

고양이들의 컨디션 회복은 사냥 놀이가 최고!!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미 개봉되었다. 최근 고양이들의 움직임이 둔하고 모든 일에 시큰둥한 반응이라 날씨 탓인가 했지만 벌써 보일러를 돌리기엔 이른 것 같아 더욱 격하게 놀이 시간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채리는 이틀 전까지도 파를 씹어댄 탓인지 움직임이 거의 없이 전기담요와 이불 사이에서 은둔하고 있어 더욱 걱정스러웠다. 설사를 하는 녀석, 문 앞에 버티고 서서 낮게 울어대는 녀석, 은둔 묘를 자처하고 움직임을 거부하는 녀석. 고양이들의 이런 모습들을 확인할수록 심란함이 더해지는 나날이었다. 할 수 없지 하면서도 놀이 시간을 길게 만들고, 크리스마스를 위해 숨겨두었던 장난감들을 새로 꺼냈다. 녀석들아 이제 크리스마스에는 따로 선물 없다~ 어쨌든 새로운 장난감은 약..

집사의 일상 2021.12.07

산책 묘 해리의 우울

해리는 올해 말이면 묘생 8년 차 정도가 된다. 집사가 되게 한 고양이이자 현재 5 냥이들의 대장격인데도 큰 덩치가 무색하게 어리광도 많고 삐침도 잦은 소심한 질투쟁이다. 담당하셨던 선생님들이 외동 묘로 키우라거나 다른 고양이는 들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직, 간접적으로 꼭 한마디 하셨을 만큼 그 성격이 티가 났었나 보다. 처음에 어리바리 초보 집사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덩치와 생김새만으로 멋있고 듬직하다고 착각했었다. 질투가 많은 만큼 처음에는 다른 고양이들을 데리고 올 때마다 의기소침해하다가 점점 하악질을 하고 주먹질까지 하는 모습도 보였었다. 단 내가 보지 못하는 시간에 그랬었기에 한참을 모르고 넘어가면서 다른 고양이들이 해리를 보기만 해도 도망치는 모습을 보면서 의심하다가 ..

집사의 일상 2021.11.29

느긋한 듯 둔한, 진이

침대에서 느긋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자고있다가 해리의 냐-앙! 한 마디에 발까지 부르르 떨면서도 결코 일어나 도망가지 않는 진이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우스운지 참지 못하고 파안대소하고 말았다. 이런 모습은 5고양이를 키우면서 단 한번도 목격해 본 적이 없었던 탓에 순간 너무 어이가 없었다. 멀리서라도 해리의 움직임이 포착되기만 하면 쌩하니 내빼기부터 하는 행복이와 달리 진이는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도 그대로 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로 앞발만 바르르 떨고 있을 뿐 역시나 소리한 번 내지 못하고 얼어있었다. 그저 잠이 덜 깨어 그런것일까? 아니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던 것일까? 야생의 배고픔이나 고생을 겪어본 적이 없는 녀석이니 적자생존의 경험이 없어 그럴 수도 있을것 같다. 그런 면에서 행복이와 진이..

집사의 일상 2021.11.29

진이, 어리숙한 아기 고양이

진이는 형제 고양이인 레오에 비해 골격이 크게 태어났다. 까만 털은 성장 할수록 윤기가 흘러 보기에도 후광이 비칠 듯한 모질을 가진 녀석인 것이다. 그에 비해 성격은 너무나 유순하고 소리를 내야 할 때도 입만 벙긋거리다 마는 것은 힘이 달려서 일까? 타고난 골격은 크고 단단하지만 그 속은 속 빈 강정 같지 않을까 싶기도 한 것이 이 녀석은 배가 고파서 식탐이 한창일 때도 급한 마음에 젖병을 잘 못 빨고 번번이 놓치거나 너무 급하게 먹어 사레가 들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젖병 물리기 초보였던 나도 녀석에게 분유를 먹일 때는 덩달아 긴장해서 더욱 합을 못 맞추어 더 고생시켰던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가끔 진이가 먹을 것을 잘 못 받아먹고 손에 덜어주는 것 까지도 레오에게 빼앗기고서는 입맛만 다시다가 괜히 아..

집사의 일상 2021.11.26

채리 발치 하는 날

은둔 묘 채리가 침대 위 이불속에서 며칠 동안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평소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어슬렁거리는 일이 거의 없었고, 아깽이들이 한창 활기가 넘치는 시기였기 때문에 그 녀석들을 따라다니며 어질러진 물건들이나 위험한 물건들을 정리하거나 녀석들의 상태를 케어하느라 더 신경을 쓰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조용한 모습이 마음에 걸리고 자주 몸을 숨기던 곳이 아닌 침대 위 붙박이를 자처하고 있는 것은 뭔가 내게 알리고 싶어서였을까? 둔해빠진 나는 계속 신경이 쓰이면서도 별다른 이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이제 아깽이들이 뛰어다니는 상황에 익숙해진 것이려니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며칠 후부터는 채리가 아예 이불 속에 들어가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집사의 일상 2021.11.25

이 사랑스러운 쫄보들

임시 보호 중인 2마리 형제 고양이들은 이제 겨우 예방 접종 1차를 시작하게 되었다. 얼떨결에 구조를 하게 되었지만 5마리를 돌보기에는 내 능력으로는 한계가 명확했기에 살려만 놓고 입양 사이트를 알아보든지 안되면 내보내야지 더 이상은 나도 너무 힘든 상황이라 키운다는 생각은 1도 없었고, 지금도 누군가 둘을 갈라놓지 않고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이 나타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보내야지 하고 알아보았지만 여태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는 터라 미루다 보니 아직 예방접종도 중성화도 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집에 있는 예민한 둘째의 이빨 상태가 양치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심각해진 상태라 거금을 들여 부분 발치와 스케일링을 하게 되었다. 담당의사 선생님도 내 사..

집사의 일상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