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마른 개천에서 구조한 아깽이 형제들

매일 한 챕터

해리에게서 내가 보인다

해리네 2021. 12. 2. 22:47

 

우리는 형제 묘생 3개월입니다.@@

해리를 유난히 아끼는 것은 사실이다. 해리를 보면서 나의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해리와 다른 2마리의 고양이들의 관계는 미묘하게 차이가 있는데 이를 느낄 때마다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떠오르곤 하는 것이다. 회사나 학교에서 특별히 인간관계가 나쁘거나 업무나 수업에서 뒤처지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늘 집에 와서 뻗기 직전의 지친 상태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이다. 누군가는 특이함과 평범함의 차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세상 모든 사람은 같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누구 하나가 기준이 되는 게 옳다거나 진리가 정해져 있어 영원불변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일단 타인에 대한 깊은 터치는 주고받을 수가 없다. 적절한 거리감을 맞추기가 어렵고 귀찮은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성실하지만 왠지 핀트가 맞지 않는 사람? 혹은 심하게 비하하는 경우라면 좀 모자란 듯 아닌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느끼기에는 친하게 지내고 있고, 친우 혹은 벗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의 친밀함을 주고받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느끼는 순간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 그냥 흘러가게 두자 하고 말아 버리는 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히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서먹해지고 끝내 시절 인연이 되어버리고 마는 결과가 반복되는 것이다. 친구로든 지인으로든 관계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유지해나가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억울한 일을 수없이 당하고도 절망스럽다거나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던 나이지만 세상에 혼자라는 것을 느꼈을 때는 통곡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진정 사람을 죽이는 것은 고독이라는 말을 처절하게 느꼈다. 그리고 우리 집 고양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특히 해리와 다른 녀석들의 행동이나 친밀감의 정도를 보면서 문득문득 다시금 떠오르기도 하는 그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해리가 고양이 세계에서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더욱 마음이 가는 것 같다.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일 중에 하나가 바로 똑같은 힘으로 깨물린 손가락이라도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인 이상 아무리 공정하려고 애쓴다 해도 결국 마음의 자리하는 크기는 같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대인 관계를 공들여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생존을 위한 극히 기본적인 토대를 다지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도 안 맞는 관계라거나 어떻게 해도 좋은 관계가 있다면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만. 늘 가면을 쓰고 개와 고양이의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내 인간관계가 걱정스럽다.   

                                    

우리 집 고양이들도 앞으로 약 10년 정도는 다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 작은 고양이 사회에서도 우물쭈물하며 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맏이, 덩치값 못하는 해리가 걱정스럽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해리도 다른 고양이들에게도 일상적인 케어를 해 주면서 건강을 살피고, 특히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놀이를 내 상황에 맞게 적당히 조율하며 챙겨주는 것뿐이다. 앞으로도 건강한 매해를 이 고양이들과 함께 맞이하고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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