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마른 개천에서 구조한 아깽이 형제들

집사의 일상

잠에 빠진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집사의 마음이란......

해리네 2022. 9. 21. 09:39

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인적은 적은 산에 둘러싸여 자랐다. 그 와중에 집에는 해바라기와 여러 작물들을 키우는 동시에 동물도 꽤 많이 키웠는데 개는 대형 견종 열 마리 정도를 키웠고, 토끼와 염소, 돼지와 오리, 큰 닭장을 만들어 수십 마리의 닭들도 함께 키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산에 둘러싸인 집은 도시임에도 아스팔트는 거의 볼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몇 종의 개미와 지렁이를 비롯해서 지네와 땅강아지들도 흔하게 보며 자랄 수 있었다. 그렇게 자란 덕분인지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벌레 몇 종을 제외하고는 딱히 벌레를 포함한 동식물들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함께 살고 싶었던 동물은 개였는데 실제로 독립 후에 자리를 잡아간 직후부터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었다. 충실하고 영리한 개들은 훌륭한 친구이자 식구가 되어 주었지만 웬일인지 그들 대부분이 1년을 채 함께하지 못하고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빠른 이별을 맞거나 내게 안 좋은 사고가 생기거나 잃어버리고 끝내 찾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마음 아픈 일들이 반복되어 결국 반려동물을 포기하고 살아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기 직전 마주친 고양이가 나의 이런 생각을 깨뜨려 주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 고양이는 지금도 내 곁에서 함께 해 주고 있으며, 고양이는 고양이를 부른다는 누군가의 말을 실감 나게 해 주었다. 현재 나는 길에서 만난 5마리 고양이의 집사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가벼운 감기만으로 비싼 비용을 치르고도 영영 이별하거나 내게 혹은 개들에게 사고가 생기던 패턴과는 전혀 다르게 웬만해서는 잔병치레를 하지 않고 무난히 잘 지내주고 있는 지금에 더욱 감사하게 되고, 사람과 동물 사이에도 잘 맞는 상대가 있다는 속설이 진짜 있는 것이었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다묘를 반려하는 집사라면 이들이 얼마나 개인적이고도 사회적인 동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가끔 그들은 새침하고 이기적일 때가 있지만 그 이기적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들의 그것처럼 빤히 보이는 행동으로 다소의 경중은 있지만 대체로 너무나 귀엽게 느껴져 때로는 그런 행동이 자신감을 끌어모아 대응하는 것처럼 느껴져 짠하기까지 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욱 소중하게 아껴주고 싶어지게 하는 응석으로 받아넘기게 되는 식이다.

유대감이 강하고 친밀한 경우에는 마치 친한 친구들끼리 사소한 문제로 삐침을 표현하며 투닥거리는 것처럼 이들도 자신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유지되기를 바라며, 혹여나 그것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 때면 일부러 과한 장난을 치거나 관심 유도를 위한 삐딱선을 타고 말썽을 부리는 상황을 연출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끔 고양이들이 놀이 중 혹은 놀이 후, 그리고 외부 자극에 흥분한 상태에서 집사에게 과한 공격을 하거나 상처를 입힌 경우 상황이 끝나면 괜히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질 때도 있는데 그럴 경우 나는 그냥 모른 척 넘어가 주고 말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한 고양이님들이니까 괜히 함께 흥분해서 야단을 치거나 눈을 마주치고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쓸데없이 아파지게 될 수도 있는 예민 보스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되면 지켜보는 집사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아픈 고양이 때문에 멘털도 지갑도 상당히 피폐해질 수 있으니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것이 서로에게 해피엔딩을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고양이들도 사고나 말썽을 부린 후에 제정신이 들었을 때의 모습은 마치 고집을 부리며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부모님을 곤란하게 만든 아이가 실컷 생떼를 부린 후에 그 행동으로 인해 부모님의 심기가 불편해진다는 것을  알아채고 눈치를 보는 아이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을 집사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아무리 막무가내 고집쟁이처럼 굴어도 결국 그들은 집사를 부모로 알고 살아가는 존재들임에 틀림없으니 말이다. 

결국 그런 마음을 서로 알고 있기에 인간인 집사와 동물인 고양이의 동거는 평생 말 잘 듣는 개와는 달리 사고도 말썽도 더 많을 수밖에 없고, 서로 의지하고 가르치면 배우는 개와의 관계와 다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충성스럽고 듬직한 개와는 달리 고집 세고, 가끔 고의로 보이는 말썽을 부리고도 오히려 당당하게 관심을 요구하는 막무가내 같은 도도한 모습을 고수하는 고양이들이 너무나 연약해 보이고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지금 옆에서 세상모르고 배를 드러내고 자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료값을 걱정하며 너무 많다고 현실 걱정을 하면서도 그와 별개로 앞으로도 이 여리고 사랑스러운 새침데기들을 위해 열심히 벌어서 먹이고 돌봐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샘솟는 것이 마치 부모가 된 기분이다. 

"집사야 안 자냐?" 며 옆에서 졸고 있는 행복이ㅋㅋ